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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리뷰, 콧대카테고리 없음 2022. 1. 21. 07:40
리뷰나는 이재용 감독의 실험정신을 좋아한다. 그의 영화는 솔직하지 못하고 감추고 싶은 것까지 존재를 드러낸다. 재기발랄해서 발칙하기까지 하다. 영화 <여배우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재영 감독의 최신작 '죽여주는 여자'를 본 후, 다시 그의 영화를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여배우들 험담: 감독이 미쳤어요.>를 재감상했다.
여배우들에는 20대에서 60대까지의 한국 정상의 여배우가 등장한다.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 이들 6명의 배우들은 12월 24일 패션잡지 보그의 커버 촬영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콧대 높은 여배우들이 모인 공간은 살벌하다. 동시대 배우들은 서로를 견제하기 바쁘고 후배들은 당연히 선배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이런 환경은 패션계의 불문율을 깨뜨린 하나의 사건이다. 화보 촬영 때 여배우들은 시차를 두고 노래한다는 불문율을 깬 위험한 시도. 현장에 있는 에디터와 스태프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 기운은 감상자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배우들에겐 천전만전의 아픔이 있는 이미 자리를 잡은 이들이지만 모인 자리에서도 탑을 잡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분위기가 흥미진진하다. 특히 그 욕구가 돋보이는 인물은 고현정이다. 고현정은 최지우와의 첫 만남인데도 그의 마음을 건드린다. 결국 두 사람 사이에는 속어와 작은 더듬이가 오간다. 이 살벌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은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촬영을 방해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눈 때문에 중요한 소품이 닿지 않는다는 민원 때문에 이들의 살벌한 분위기는 지속시간이 길어진다. 불편한 시간 속에 여배우들은 한자리에 모인다. 강하고 개성 넘치는 이들이지만 여배우라는 공통 직업을 가진 이들은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자리에 모인 6명의 여배우 중 3명은 이혼을 겪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공인의 이혼에 대한 색안경이 존재한다. 일찍이 보기 힘들었던 기센 여배우들의 눈물을 보는 순간 얼음판처럼 차가웠던 촬영장의 기온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특히 고현정의 눈물은 슬픔의 강도가 강했다. 그동안 최지우와 기싸움을 벌이던 그가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자신의 과거를 거리낌 없이 재치 있게 표현하는 윤여정의 연륜에는 멋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었다. 오똑한 콧날 여자 이미지를 일관해 온 최지우도 새침한 이미지를 내리자 인간미가 돋보였다. 선후배들이 있는 자리에도 김민희의 개성은 돋보였고 가장 불편했을 김옥빈의 눈치 액션은 영화의 재미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다행히 분위기는 끝으로 갈수록 부드러워진다. 다소 살기를 띠던 크리스마스 이브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 한기가 와해된다. 결국 영화는 부드럽게 끝난다. 게다가 도도하고 우람하며 개성이 강한, 그래서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여배우들에 대한 시선도 조금은 부드러워졌을 것이다.
대중은 배우들을 스크린이라는 창을 통해 본다. 그 창문에는 의도적인 이미지 속에 갇힌 배우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들의 실상을 알지 못한다. 공인이니 스캔들의 주인공이 돼서는 안 된다. 스캔들이 나지 않으려면 사생활을 철저히 관리해야 해요. 이것만으로도 배우들은 심각한 고뇌를 안고 있을 것이다. 영화 여배우들은 자유롭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카메라 앞에서 이들에게 약간의 자유시간(물론 이 영화도 페이크 다큐멘터리여서 완전한 자유는 아니다)을 제공한다. 그 자유시간을 통해 여배우와 관객은 좀 더 가까워졌을 것이다. 물론 이미지에 손상을 줘서는 안 될 여배우들이라 케어를 했겠지만 그래도 이미지 속에 갇혀 있던 여배우들의 쌩얼을 본 것 같아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를 사랑한다. 직구여서 더 쉽게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잊지말아줘! 톱 여배우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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